왜 갈아탔냐고요

15년 동안 윈도우만 썼습니다. 조립 PC도 직접 맞추고, 윈도우 레지스트리도 만지고,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맥북을 지급받고, 한 달 써보니 “아, 이게 이래서 사람들이 쓰는구나” 하더라고요.

결정적인 계기는 개인 노트북 교체 시기가 온 거였습니다. 기존에 쓰던 삼성 노트북이 5년 차에 접어들면서 배터리는 1시간도 안 가고, 팬 소리는 비행기 이륙 수준이었거든요. “이번에는 맥북으로 가보자” 하고 맥북 에어 M5를 질렀습니다.

처음 2주: 혼란의 시간

키보드가 다르다

이게 가장 큰 벽이었습니다. Ctrl이 아니라 Command, Alt가 아니라 Option. 복사가 Cmd+C인 건 금방 적응했는데, 한영 전환이 Caps Lock이라는 게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그리고 Home, End, Delete 키가 없습니다. 윈도우에서 Home/End로 줄 처음/끝으로 이동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맥에서는 Cmd+←/→를 써야 합니다. Delete 키 대신 fn+백스페이스. 이게 2주 정도 지나니까 손가락이 기억하더라고요.

창 관리가 다르다

윈도우에서는 창을 최대화하면 전체 화면을 채우는데, 맥에서 녹색 버튼을 누르면 전체 화면(풀스크린) 모드로 들어갑니다. 처음에 이게 너무 불편했어요.

나중에 Option 키를 누른 채로 녹색 버튼을 클릭하면 윈도우식 최대화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Stage Manager나 Magnet 같은 앱을 쓰면 윈도우처럼 창을 좌우로 분할할 수 있고요.

파인더(Finder)가 탐색기와 다르다

윈도우 탐색기에 익숙한 사람에게 파인더는 좀 답답합니다. 경로 표시가 기본으로 안 되어 있고, 잘라내기(Ctrl+X)가 파일에서 안 먹힙니다. (맥에서는 Cmd+C로 복사한 뒤 Cmd+Option+V로 이동)

“보기 > 경로 막대 보기”를 켜면 하단에 경로가 표시되고, 이것만 해도 훨씬 편해집니다.

대체 앱 목록

윈도우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맥에서 뭘로 대체했는지 정리합니다:

윈도우비고
메모장기본 텍스트 편집기 또는 VS Code
한컴오피스한컴오피스 맥 버전 또는 Pages한컴도 맥 버전 있음
알캡처CleanShot X유료지만 압도적
반디집Keka무료, 깔끔
곰플레이어IINA무료, 맥 네이티브
카카오톡카카오톡 맥 버전기능 동일
포토샵포토샵 (맥 버전)크로스 플랫폼
Git Bash기본 터미널맥은 터미널이 기본 내장
파일질라Cyberduck 또는 Transmit
작업 관리자활성 상태 보기Cmd+Space > “활성” 검색

3개월 차: 좋은 점

트랙패드가 사기급

맥북 트랙패드를 처음 써보면 “마우스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손가락 드래그, 네 손가락 스와이프, 핀치 투 줌… 제스처가 직관적이고 정확합니다. 윈도우 노트북 트랙패드는 다시 못 씁니다.

배터리가 오래 간다

맥북 에어 M5 기준으로 웹 서핑, 문서 작업 위주로 쓰면 14~15시간 갑니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충전기 안 꺼내도 됩니다. 윈도우 노트북 쓸 때는 항상 충전기를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 안 들고 다닙니다.

팬 소리가 없다

에어 모델은 팬 자체가 없어서 무음입니다. 도서관에서 쓸 때 눈치 안 봐도 됩니다. 이전 윈도우 노트북은 크롬 탭 10개만 열어도 팬이 돌아갔는데…

macOS의 소소한 편의 기능들

  • 스포트라이트(Cmd+Space): 앱 실행, 파일 검색, 계산기, 단위 변환까지 다 됨
  • 미리보기(Quick Look): 파일 선택 후 스페이스바 누르면 바로 미리보기
  • AirDrop: 아이폰에서 맥으로 파일 전송이 3초
  • 연속성 카메라: 아이폰 카메라를 맥 웹캠으로 사용

3개월 차: 아쉬운 점

게임은 포기

맥에서 게임할 생각은 버리세요. Steam에 맥 지원 게임이 점점 늘고 있긴 하지만, 윈도우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게임은 별도의 윈도우 데스크탑이나 콘솔로 해결하는 게 답입니다.

소프트웨어 호환성

대부분의 앱은 맥 버전이 있지만, 가끔 “윈도우 전용” 프로그램을 만나면 당황합니다. 은행 보안 프로그램이나 관공서 사이트가 대표적이죠.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100%는 아닙니다.

외장 GPU 불가

맥북에 외장 그래픽카드를 달 수 없습니다. 내장 GPU로 부족한 작업이 있다면 맥은 선택지가 아닙니다.

되돌아갈 생각 있냐고요?

없습니다. 단언합니다.

맥의 하드웨어 완성도, macOS의 안정성, 배터리 수명, 그리고 애플 생태계의 연동. 이걸 한번 경험하면 윈도우로 돌아가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게임이나 특수한 소프트웨어 때문에 윈도우가 필요한 순간은 있습니다. 그때는 Parallels로 가상 머신을 돌리거나, 별도의 윈도우 PC를 쓰면 됩니다. 메인 작업 환경은 맥으로 충분합니다.

전환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2주면 적응하고, 한 달이면 “왜 진작 안 바꿨지”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