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가 2시간 늘었다는 건 기대 이상이었다

에어팟 프로 2를 2년 넘게 쓰면서 가장 불만이었던 건 배터리였다. 공식 6시간이라지만 ANC 켜고 실제로 쓰면 4시간 반~5시간이 현실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왕복하면 돌아오는 길에는 한쪽이 꺼져 있다. 에어팟 프로 3가 8시간을 내세웠을 때, 솔직히 “광고 시간이겠지” 했는데, 써보니 ANC 켜고 6시간 반은 실제로 간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업그레이드 이유가 된다.

이 글이 도움이 되는 독자

  • 에어팟 프로 2를 쓰고 있는데 3으로 갈아탈지 고민하는 분
  • 처음 에어팟 프로를 사려는데 2와 3 중에서 망설이는 분
  • 노이즈 캔슬링 성능이 중요한 분
  • 청력 보조 기능에 관심이 있는 분

한 줄 결론 먼저

새로 사는 거라면 당연히 프로 3. 같은 ₩359,000인데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프로 2에서 갈아타는 건? 배터리 불만이 크거나, 청력 보조 기능이 필요하다면 가치 있다. 그 외에는 프로 2가 망가질 때까지 써도 된다.

스펙 비교

항목에어팟 프로 2에어팟 프로 3
가격₩359,000₩359,000
Apple H2Apple H3
ANC2세대 ANC개선된 ANC (주파수 대역 확장)
이어버드 배터리최대 6시간최대 8시간
케이스 포함 배터리최대 30시간최대 36시간
이어버드 무게5.3g5.1g
케이스 무게50.8g49.2g
청력 보조청력 검사만청력 검사 + 보청기 기능
적응형 오디오있음개선됨
대화 감지있음개선됨 (감지 속도 향상)
블루투스5.35.4
방수IPX4IPX4
충전Lightning/USB-C/MagSafeUSB-C/MagSafe
공간 음향개인 맞춤형개선된 개인 맞춤형

같은 가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애플이 세대 교체를 하면서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프로 2가 단종되면서 재고 소진 할인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가 기준으로는 동일하다.

실사용 차이

1. ANC 성능 — 진짜로 차이가 나는가?

나는가? 난다. 다만 극적인 차이는 아니다.

에어팟 프로 2의 ANC도 이미 훌륭했다. 지하철 소음, 카페 소음 대부분을 잘 잡아냈다. 프로 3에서 달라진 건 “잡지 못했던 소음”을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 목소리 대역의 차단이 좀 더 강해졌다. 프로 2에서는 카페에서 옆 테이블 대화가 뭉개져서 들리는 수준이었다면, 프로 3에서는 거의 안 들리는 수준까지 온다. 바람 소리 차단도 개선됐다. 프로 2에서 바람 부는 날 야외에서 쓰면 “우우웅” 하는 소리가 가끔 났는데, 프로 3에서는 이게 상당히 줄었다.

하지만 조용한 실내에서 음악 듣는 용도라면 체감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 ANC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만 프로 3를 사는 건 추천하기 어렵다. 프로 2의 ANC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면.

2. 배터리 — 이게 진짜 체감되는 업그레이드

6시간에서 8시간으로. 숫자로는 33% 증가인데, 실사용에서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프로 2를 써본 사람은 알 것이다. “지금 몇 퍼센트지?” 하고 배터리를 확인하는 순간이 너무 잦다는 걸. 출근길 30분, 점심시간 1시간, 퇴근길 30분, 저녁 운동 1시간 — 이렇게 하루를 보내면 프로 2는 저녁에 20% 이하로 떨어져 있다. 프로 3는 같은 패턴에서 40~50%가 남아 있다.

장거리 비행에서도 차이가 크다. 인천에서 도쿄까지 2시간 반, 여기에 공항 대기 시간까지 합치면 4~5시간인데, 프로 2는 도착하면 배터리가 빠듯하고 프로 3는 여유 있다. 인천-LA 같은 장거리는 물론 둘 다 중간에 케이스 충전이 필요하지만, 프로 3의 케이스가 36시간이라 더 넉넉하다.

일상에서 “배터리 걱정”이 줄어든다는 건 생각보다 큰 삶의 질 향상이다.

3. 청력 보조 기능 — 혁신이지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프로 3의 가장 독특한 신기능이다. FDA 승인을 받은 보청기 기능이 들어갔다. 경도에서 중등도 난청이 있는 사람이 에어팟 프로 3를 보청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식약처 승인을 받아서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 설정에서 청력 검사를 한 뒤, 자신의 청력 프로필에 맞게 소리를 증폭해준다.

실제로 부모님 세대에서 이 기능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청기는 ₩1,000,000 이상이 기본인데, ₩359,000짜리 에어팟으로 보청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가치다. 물론 전문 보청기만큼의 성능은 아니지만, “살짝 안 들리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30대에게는 당장 필요 없는 기능이지만, 이런 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에어팟의 가치를 높인다. 프로 2에서는 청력 검사만 가능하고 실제 보청기 기능은 없다.

4. 음질 —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

H3 칩의 음질 처리 능력이 H2보다 개선됐다. 솔직히 A/B 테스트를 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나란히 비교하면 프로 3의 저음이 좀 더 단단하고, 고음역이 더 깨끗하다.

적응형 오디오도 개선됐다. 프로 2의 적응형 오디오는 가끔 전환이 부자연스러웠는데 — 갑자기 ANC가 약해지거나 강해지는 느낌이 있었다 — 프로 3에서는 전환이 훨씬 자연스러워서 “모드가 바뀌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공간 음향의 개인 맞춤형 프로필도 더 정교해졌다. 특히 애플 뮤직에서 돌비 애트모스 트랙을 들을 때, 머리를 돌려도 음원의 위치가 고정되는 Head Tracking의 정확도가 올라갔다. 영화 볼 때 써보면 확실히 몰입감이 다르다.

5. 대화 감지 속도

에어팟을 끼고 있다가 누군가 말을 걸면, 자동으로 음악 볼륨을 줄이고 ANC를 끄는 기능. 프로 2에서도 있었지만, 감지까지 약 1~1.5초의 딜레이가 있어서 첫 마디를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

프로 3에서는 이 딜레이가 0.5초 미만으로 줄었다. 큰 차이 같지 않지만, 편의점에서 “봉투 필요하세요?” 같은 짧은 질문을 놓치지 않게 됐다는 게 일상에서 꽤 편하다. 사소한 개선이지만, 에어팟 프로를 하루 종일 끼고 사는 사람에게는 의미 있다.

에어팟 프로 3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 새로 사는 거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같은 가격에 모든 면에서 우위.
  • 배터리 2시간 추가는 일상에서 확실히 체감되는 업그레이드다.
  • 청력 보조 기능이 필요하다면 프로 3가 유일한 선택.
  • ANC가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됐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자.
  • 적응형 오디오의 자연스러운 전환은 에어팟을 더 오래 끼고 있게 만든다.

에어팟 프로 2를 (계속) 쓰거나, 할인된 가격에 사는 이유

  • 이미 갖고 있다면 굳이 바꿀 만큼의 혁신적 차이는 아니다. 특히 프로 2를 1년 이내에 산 경우.
  • 프로 2 재고 할인으로 ₩280,000300,000에 살 수 있다면 여전히 훌륭한 선택. ₩60,00080,000 절약이 의미 있을 수 있다.
  • 프로 2의 ANC와 음질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면, 업그레이드 동기가 약하다.

편집자 의견

에어팟 프로 세대 간 비교에서 항상 나오는 질문이 있다. “갈아타야 하나요?” 이건 프로 2를 얼마나 오래 썼느냐에 달려 있다.

2년 이상 쓴 프로 2라면 배터리가 이미 열화돼서 실사용 4시간도 안 될 거다. 이 경우 프로 3로 갈아타면 배터리만으로도 체감이 크다. 에어팟은 배터리 교체가 안 되니까 (사실상 불가능), 배터리 수명이 곧 제품 수명이다.

1년 이내에 산 프로 2라면? 지금 바꿀 이유는 솔직히 없다. 청력 보조 기능이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면, 프로 2로 1~2년 더 쓰고 프로 4를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처음 사는 사람에게는 프로 3를 추천하는 데 1초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같은 ₩359,000이니까. 다만 프로 2가 단종 세일로 ₩280,000 이하에 풀린다면, 그 가격이라면 프로 2도 나쁘지 않다. ₩80,000 아끼는 대신 배터리 2시간과 청력 보조 기능을 포기하는 셈인데, 이건 개인의 판단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에어팟 프로 3는 “살짝 나아진 마이너 업그레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H3 칩, 배터리 대폭 향상, 청력 보조 기능 — 이 정도면 의미 있는 세대 교체다. 같은 가격을 유지한 것까지 감안하면, 애플치고는 꽤 양심적인 업그레이드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