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맥 스튜디오 M4 Ultra는 필요 없다. 그리고 그게 이 제품의 존재 이유다. “대부분”이 아니라 “극소수”를 위한 기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극소수에 해당한다면, 이 기계는 1,500만 원짜리 맥 프로를 대체할 수 있다.

스펙 — 숫자만 봐도 비현실적이다

apple.com/kr 기준 ₩5,990,000 시작. M4 Ultra 칩(최대 32코어 CPU, 80코어 GPU), 기본 64GB 통합 메모리(최대 192GB 구성 가능), 1TB SSD(최대 8TB). Thunderbolt 5 포트가 앞면 2개, 뒷면 4개로 총 6개. 뒷면에 HDMI x1, 10Gb 이더넷, 3.5mm 헤드폰 잭(고임피던스 지원). 앞면에 SDXC 카드 슬롯.

최대 8K 외장 디스플레이 출력을 지원한다. 6K 디스플레이 4대를 동시에 연결할 수도 있다. 이 숫자가 누구에게 의미 있는지는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누가 이걸 사야 하는가 — 먼저 이야기하겠다

보통 리뷰에서 추천 대상은 마지막에 쓰는데, 이 제품은 먼저 확인하는 게 시간 절약이 된다.

이 제품이 필요한 사람:

  • 8K 또는 멀티스트림 4K/6K 영상을 편집하는 전문 영상 편집자
  • 대규모 3D 렌더링,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는 VFX/모션 그래픽 전문가
  • 100트랙 이상의 세션을 다루는 음악 프로듀서
  • 대용량 ML/AI 모델 학습을 로컬에서 돌리는 연구자 또는 개발자
  • 맥 프로를 고려하고 있었지만, 가격 대비 성능이 고민이었던 스튜디오/프로덕션

필요 없는 사람:

  • 4K 영상 편집까지만 하신다면 맥 미니 M4 Pro로 충분합니다
  • 코딩과 일반 개발 작업은 맥 미니면 됩니다
  • “혹시 나중에 필요할까 봐”라면, 그때 사세요. 지금은 과투자입니다

M4 Ultra의 성능 — 체감이 되는 영역

M4 Ultra는 M4 Max 두 개를 UltraFusion 인터커넥트로 결합한 칩이다. 단순히 두 배가 아니라, 두 칩 사이의 대역폭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의미가 있는 구조인데, 애플이 이 부분을 잘 해낸다.

영상 편집: 8K가 실시간으로 돌아간다

DaVinci Resolve에서 8K R3D RAW 소스를 타임라인에 올렸다. 컬러 그레이딩 노드 5개, 노이즈 리덕션까지 걸고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끊김 없이 돌아간다. 이전 세대 M2 Ultra에서는 같은 조건에서 간헐적인 프레임 드롭이 있었다.

Final Cut Pro에서 멀티캠 편집 시 8개 앵글 동시 재생도 문제없다. ProRes 4K 기준이면 프록시 없이 원본으로 바로 작업할 수 있다. 프록시 생성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건, 납품 마감이 빠듯한 프로덕션에서 큰 차이다.

3D/VFX: GPU 80코어의 위력

Blender에서 Cycles 렌더링을 돌려봤다. GPU 코어 80개가 풀로 동작하면, 기존 M4 Max 대비 렌더링 시간이 약 60% 단축된다. BMW 벤치마크 씬 기준 1분 20초 내외. M1 Max 시절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빨라진 셈이다.

Cinema 4D + Redshift 조합에서도 Apple Silicon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서, Windows 기반의 RTX 4080 수준의 GPU 렌더링 성능을 보여준다.

메모리: 64GB 기본, 최대 192GB

통합 메모리 아키텍처의 64GB는 일반 PC의 64GB RAM과 다르다. CPU와 GPU가 같은 메모리 풀을 공유하기 때문에, GPU VRAM 부족으로 렌더링이 실패하는 상황이 거의 없다.

192GB 구성을 선택하면, 70B 파라미터급의 LLM 모델을 로컬에서 추론할 수 있다. AI 연구자들이 맥 스튜디오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통합 메모리다. 별도의 GPU를 사지 않고도 대형 모델을 돌릴 수 있다.

Thunderbolt 5 x6 — 이게 진짜 워크스테이션이다

포트 6개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건, 이 포트들의 대역폭이다. 각각 최대 120Gbps. 고속 외장 스토리지를 여러 대 연결하면서 동시에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까지 연결하는 프로 워크플로우에서 병목이 사라진다.

카메라맨이 촬영 후 SDXC 카드를 앞면 슬롯에 꽂고, 편집자가 Thunderbolt 5 외장 RAID에서 직접 소스를 불러와 작업하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된다.

발열과 소음

맥 스튜디오의 큰 장점은 냉각 구조다. 맥 미니와 동일한 칩 성능이라면 맥 스튜디오가 더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M4 Ultra에서 30분 이상 풀 렌더링을 돌려도 성능 저하가 체감되지 않았다. 팬 소음은 고부하 시 에어컨 약풍 수준. 거슬리는 소음은 아니다.

다만 유휴 상태에서도 팬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는다. 아주 조용한 새벽에는 미세한 팬 소리가 들린다.

아쉬운 점

가격

₩5,990,000 시작가는 개인이 부담하기엔 무겁다. 192GB 메모리 + 8TB SSD로 풀 구성하면 1,0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이건 사업용 장비의 영역이다. 프리랜서라면 감가상각과 세금 공제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디자인 변화 없음

외형은 이전 세대 맥 스튜디오와 동일하다. M2 Ultra 사용자가 중고로 팔고 M4 Ultra를 산다면,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안 된다. 기능적으로 문제는 아니지만, 600만 원짜리 제품의 개봉기에서 “어, 전이랑 똑같이 생겼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건 좀 김이 빠진다.

업그레이드 불가

메모리와 SSD 모두 구매 시점에 결정해야 한다. 나중에 추가하거나 교체할 수 없다. 이 가격대에서 확장성이 없다는 건 맥 프로 대비 명확한 약점이다. 3-4년 뒤의 필요량까지 예측해서 구매해야 한다.

맥 프로 대신 맥 스튜디오?

맥 프로 M2 Ultra의 시작가가 ₩9,999,000이었다. 맥 스튜디오 M4 Ultra는 ₩5,990,000에 같은 수준이거나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한다. PCIe 확장 슬롯이 필요하지 않다면, 맥 프로를 선택할 이유가 거의 사라졌다.

물론 특수한 PCIe 카드(전문 비디오 캡처 카드, 특정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가 필요한 스튜디오라면 맥 프로가 여전히 유일한 선택이다.

한 줄 결론

맥 스튜디오 M4 Ultra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과한 기계지만, 필요한 사람에게는 맥 프로의 절반 가격으로 같은 일을 해내는 현실적인 워크스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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